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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 디지털 메시

수의료 AI는 양극화를 촉발하는가?

8월 30일
3분 분량

동물병원 간 격차가 존재할까요?


개인별 의견은 모두 다르지만 국내 개인 동물병원 통계에서도 평균 매출과 중위 매출 사이에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지역별 평균 매출도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춘옥컴퍼니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AI가 도입되면 이 격차는 어떻게 될까요?"


반려동물과 수의료

AI 이전에도 격차는 있었습니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이 격차가 AI 때문에 생겼는지입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통계만으로 AI가 국내 동물병원 간 격차를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규모와 입지, 지역별 수요, 인력과 비용 구조처럼 AI 이전부터 작동해 온 요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I 도입을 늦추는 것만으로 기존의 격차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질문은 수의료 AI를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가깝습니다.


동물병원 진료

실험이 보여준 평준화 효과와 그 조건


다른 산업의 통제된 실험에서는 AI가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거나 성과가 낮은 집단을 더 크게 끌어올린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 고객상담사 5,000여 명에게 생성형 AI를 단계적으로 배포한 연구에서 신입·하위 숙련자의 생산성은 34% 개선됐고, 숙련도가 높은 상담사에게서는 효과가 작았습니다. 연구진은 AI가 우수 상담사의 응대 방식을 다른 상담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 컨설턴트 758명을 대상으로 GPT-4 사용 여부를 비교한 실험에서도 AI 역량 범위 안의 과업에서는 하위 성과 집단의 개선 폭이 43%, 상위 성과 집단은 17%였습니다.


그러나 같은 컨설턴트 실험에는 경고도 담겨 있습니다. AI 역량 범위 밖의 과업에서는 AI를 사용한 집단의 정답률이 대조군보다 평균 19%포인트 낮았습니다. AI의 그럴듯한 오답을 받아들인 결과였습니다.


이 경계를 의료 영상에서 보여준 연구가 2024년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흉부 X선 판독 연구입니다. 연구진은 140명의 영상의학과 의사를 분석했지만 경력, 세부 전공, AI 사용 경험만으로 AI의 도움을 누가 더 받을지 안정적으로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하위 수행자가 일관되게 더 큰 이득을 얻는다는 가설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AI의 오류는 판독 성과 저하와 강하게 관련됐습니다.


세 연구를 함께 보면 평준화 효과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AI가 해당 과업을 실제로 잘 수행하고, 사용자가 결과를 검토하며 오류를 걸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AI의 성능이 충분하지 않은 영역에서는 오히려 사람의 판단까지 끌어내릴 수 있습니다.


수의료 AI에서 바라본다면?


진료기록 작성, 문헌 검색, 감별진단 검토처럼 언어와 지식을 다루는 업무는 AI가 임상 역량의 차이를 줄일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다만 다른 산업의 결과를 수의 임상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수의료 AI 에서는 실제 진료 환경에서 정확도와 안전성, 업무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별도로 검증해야 합니다.


영상 판독처럼 패턴 인식이 핵심인 업무는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으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미국수의영상의학전문의협회(ACVR)와 유럽수의영상진단전문의협회(ECVDI)는 2025년 공동 입장문에서 당시 시판 중인 수의 영상진단 AI 가운데 투명성·검증·안전성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상태에서 판독 AI가 검증 없이 확산되면 격차는 단순히 도입 여부를 따라 벌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AI 결과의 한계를 이해하고 오류를 걸러낼 수 있는 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 사이에서 새로운 격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AI, 수의료 AI 의 예시 이미지

양극화를 줄이는 쪽으로


우리는 VETFR.AI.DAY가 이 격차를 줄이는 쪽에서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혼자 여러 진료과를 감당하거나 필요한 순간에 동료와 상의하기 어려운 수의사에게 근거를 찾고 판단을 점검할 수 있는 도구는 더 큰 효용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효용은 AI가 실제로 잘하는 영역에서, 수의사가 결과를 검토할 수 있을 때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켜야 할 기준도 분명합니다.

  • 검증되지 않은 기능을 성급히 내놓지 않을 것

  • 답변의 근거를 함께 보여줄 것

  • 최종 판단은 수의사에게 남길 것

  • 규모가 작은 병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고려할 것


아직 모두 충족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개발과 검증 과정에서 계속 확인해야 할 기준입니다.

개발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습니다. 제품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기준, 데이터의 이동성과 상호 운용성, 임상 현장에서 허용할 사용 범위는 수의계가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늦추는 것만으로 이미 존재하는 격차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격차가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무엇을 검증하고, 어떤 정보를 공개하며, 최종 판단을 누구에게 남길지를 수의 업계에서 정해갈 때 AI는 격차를 좁히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그 논의에 필요한 몫을 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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