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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 디지털 메시

뇌를 닮고 싶었던 딥러닝, 그리고 수의학 AI 가 가는 길

  • 2분 전
  • 3분 분량

딥러닝은 뇌를 모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라는 이름 자체가 신경망에서 왔으며, 이 모방의 발전과 그 한계를 늘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오늘은 뇌와 딥러닝을 나란히 놓고, 둘이 어디까지 닮았고 어디서 갈라지는지, 그리고 그 갈림이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뇌라는 우주

사람의 뇌에는 약 860억 개의 뉴런이 있습니다. 한때 1,000억 개로 알려졌지만, 2009년 정밀 측정 이후 약 860억 개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뉴런 하나는 다른 뉴런과 보통 수천 개, 많게는 1,000~10,000개의 시냅스를 이루며, 뇌 전체에는 약 100조 개 이상의 시냅스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100가지가 넘는 신경전달물질이 신호의 세기와 특성을 끊임없이 바꾸며, 흔히 우리 은하의 별 수에 견주는 규모지만, 별과 달리 이 점들은 쉼 없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숫자를 곱해보면 그 조합은 사실상 무한에 가깝습니다.

바로 이 천문학적 경우의 수 속에서 생각이 자라고, 기억이 새겨지고, 감정이 피어남은 물론 경험할 때마다 시냅스가 강해지고 약해지며 끊임없이 다시 정렬됩니다. 뇌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뉴런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연결과 화학적 변조,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가소성이 만들어내는 가능성이 우리의 상상을 훨씬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AI 신경망 사진

모방의 한계

딥러닝은 이 구조를 흉내 냅니다. 가장 밑바닥에서 디지털 컴퓨터는 트랜지스터의 on/off, 즉 0과 1로 동작하지만 그 위에서 연속적인 값도, 미묘한 확률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으며 ‘이진법이라 기계는 못 느낀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0과 1은 뇌와 기계의 결이 다르다는 비유일 뿐입니다.


진짜 차이는 더 깊은 곳에 있습니다.

살아 있는 신경계는 제각각인 편입니다. 의식은 단계적으로 흐려졌다가 같은 결을 따라 되돌아오기도 하며, 발작이 지나간 뇌는 한동안 어지러워하다가 천천히 제 리듬을 회복하기도 하며, 같은 약을 같은 용량으로 사용해도 개체마다 반응은 달라.집니다.


학습이 끝나면 대체로 그 상태로 고정되는 모델의 가중치와 달리, 뇌는 깨어 있는 매 순간 스스로를 수정합니다. 게다가 뇌에는 몸이 있어 통증과 허기, 호르몬의 변화 속에서 세계를 경험하고, 그 몸의 상태가 곧 감정의 재료가 됩니다.


무엇보다 둘은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기계는 다음에 올 단어를 더 잘 예측하도록 학습되고, 생명은 살아남기 위해 진화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AI가 사람만큼 풍부하게 ‘느끼고’ ‘사유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AI의 출력은 분명 인상적이지만, 그것이 인간의 감정이나 사고와 같은 종류의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감정

그러나, 다른 시간 축

대신 AI에는 뇌가 갖지 못한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속도입니다.

뉴런은 1초에 많아야 수백 번 발화하지만(밀리초 단위), 실리콘 트랜지스터는 나노초 단위로 켜지고 꺼집니다. 단순 스위칭 속도만 놓고 보면 그 차이는 수십만 배에서 수백만 배에 이르며, 뇌는 이러한 느림을 방대한 병렬 연결 구조로 보완합니다.


속도만이 아니다. AI는 사람이 평생 접하기 어려운 규모의 텍스트를 짧은 시간 안에 학습합니다. 이는 인간의 뇌로는 불가능한 속도입니다.


즉 AI와 사람의 뇌는 ‘빠른 뇌와 느린 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시간 축, 다른 아키텍처 위에서 작동함을 의미합니다.

AI는 사람의 뇌를 대체하는 길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수의학 AI와 임상 의사결정 지원(CDSS) - 빠른 직관과 느린 숙고

흥미로운 점은, 그럼에도 좋은 AI 설계가 자꾸 뇌를 닮아간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사고에서 순식간에 답을 내는 직관과, 시간을 들여 검토하는 숙고가 공존하듯이, 최근의 AI 역시 이를 닮아 빠르게 반응하는 경로와 깊게 추론하는 경로를 구분해 설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 영역에서는 즉각적인 응답보다, 그 판단이 어떤 근거를 통해 도출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이 중요한데, 춘옥의 수의학 AI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CDSS) 역시 이 두 갈래, 즉 빠른 판단과 단계적인 검증을 함께 품도록 설계되고 있습니다.



풍요의 유토피아, 혹은 양극화의 디스토피아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갈림길은 보입니다.

AI를 잘 설계하면 사람의 일을 대체하는 대신 보조하고 생산성을 증폭합니다. 또한 베테랑의 판단을 신참에게, 대학병원의 지식을 동네병원에 전달하며 확장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힘으로 동물에게 더 나은 의료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춘옥컴퍼니가 가진 사명 중 하나입니다. 반대로 AI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그 혜택은 소수에게 집중되고, 양극화는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의료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좋은 진료가 일부 대형 병원과 일부 여유 있는 보호자만의 특권이 된다면, 동물 의료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기술은 격차를 좁히는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고, 격차를 키우는 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그 방향은 설계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수의학 AI 설계

춘옥컴퍼니의 길: 수의학의 민주화

우리가 붙잡고 있는 키워드는 ‘수의학의 민주화’입니다.

지식과 경험의 격차가 진료의 격차가 되지 않는 세상

AI가 정리한 임상 지식과 판단 보조 기능을, 큰 병원이든 작은 동네 병원이든 비슷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지역이나 규모에 따라 진료의 질이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그 간격을 조금이라도 좁혀보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밤늦게 응급 환자를 혼자 마주한 1인 병원 수의사가, 큰 병원에 축적된 임상 지식과 근거를 곁에 둔 것처럼 한 번 더 검토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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